꺼지지 않는 불꽃 사라지는 푸른빛
흐리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언제 덮칠지 모르는 재앙이 대기 중입니다.
이름하여 ‘산불’. 기름을 들이부은 듯 활활 타오른 산불은
수십, 수백 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태워버립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쾌쾌한 연기
얼굴을 붉히는 뜨거운 열감
웅성거리는 사람들
그때, 어디선가 비명이 들립니다. “불이야!”
거대한 불길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거무튀튀한 재만이 남습니다.
푸석푸석한 재의 끝에는
사라지지 않은 불꽃이 다시금 몸집을 키우며
주변 모든 것을 집어삼킵니다.
거침없이 부는 바람과 꺼질 기세가 없는 불이 공존하는
모습은 마치 재난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는데요.
‘산불’이 만들어낸 처참한 광경입니다
꺼지지 않는 불꽃 사라지는 푸른빛
흐리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 언제 덮칠지 모르는 재앙이 대기 중입니다.
이름하여 ‘산불’. 기름을 들이부은 듯 활활 타오른 산불은
수십, 수백 년간 일궈온 삶의 터전을 순식간에 태워버립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지난 60년(1960~2020년)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봄과 가을에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차갑고 건조한 시베리아 기단이 머무는 겨울 역시도 산불이 잦은 편이죠.
이러한 산불의 빈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더 자주, 더 크게 발생하고 있거든요. 특히 최근에서는 큰 규모의 대형산불*이 수차례 발생하며 국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2022년에는 756건의 산불이 발생하면서 24,797ha의 면적을 휩쓸었습니다. 이는 여의도(290ha) 면적의 86배에 달하는 수치인데요. 피해액은 자그마치 1조 3,462억 7,600만 원. 가히 역대급 피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 대형산불 : 피해면적 100ha 이상
발생 7시간 후 진압이 되었으나, 16일 새벽 재발화로 400ha에 달하는 산림이 소실되었다.
[출처 : 영덕군]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로 2만여ha를 태우고 잠잠해졌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시작은 결코 크지 않습니다. 꺼지지 않은 담배꽁초의 불씨에서, 모닥불에 남아있던 재에서, 관리가 부족했던 전선의 반짝임에서 출발합니다. 이렇게 작은 불씨가 거대한 산불로 바뀌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숲이 건조해진 탓에 쉽게 불이 붙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이 불길을 키우기 때문! 워낙 빠르게 확산하기에 진압도 쉽지 않죠.
물론 기후변화가 산불을 직접적으로 일으키는 건 아닌데요. 대신 발생한 산불을 악화시키죠. 건조함을 극대화해 가뭄을 일으키고, 땅 위의 초목을 건조하게 해 산불에 연소되는 연료로 만들어 버립니다. 때문에 모든 게 더 빨리 타고, 더 오래 타며, 쉽게 불이 붙습니다. 메말라 버린 땅은 새로운 생명을 품기도 힘듭니다.
the world is burning
Australia
2019년 9월 호주 동부에 위치한 퀸즐랜드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당국 소방서에는 다급함을 알리는 전화벨이 울립니다.
그리고 초대형 재앙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가 울려집니다.
신고자분, 산불이 발생한
장소가 어디입니까?
저희는 진입로에 있는데...
집 근처가 불에 타고 있어요!!
한 번 불길을 튼 산불은 손 쓸 새 없이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산 전체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빨갛게 변했고, 산기슭을 터전 삼아 살아가던 동물들은 제 살길을 위해 뛰고 또 뛰었죠. 현장은 방독면 없이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습니다.
그렇게 불길은 더욱 치솟아 비정상적으로 연소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는데요. 한 달이 지난 시점, 퀸즐랜드주와 뉴사우스웨일스주 사이에서 시작된 산불은 호주의 동부 전체에 번져갔습니다.
발생 한 달 새 호주 동부를 집어삼킨 산불
일본 히마와리 위성이 촬영한 호주의 모습
정부에서는 산불 진압을 위해 소방대원, 소방차, 항공기 등을 총동원했고, 해외에서도 1,000명이 넘는 소방 팀을 파견했는데요. 하지만 진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무려 반년간 산불이 지속된 것이죠.
산불은 끝났지만 훼손된 것들은 너무도 많았습니다. 코알라, 캥거루, 두나트 등 호주에서 서식하던 10억여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며, 우리나라 국토 면적에 해당하는 1,000만ha가 소실되어 버렸거든요.
산불이 발생하기 전 호주에서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는데요. 인도양의 동부와 서부의 이례적인(2℃가량) 온도 차이가 나타나는 ‘다이폴’ 현상*이 일어난 것이죠. 이때 호주 동부는 강수량이 급감하였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역대 최고 기온인 48.9℃를 기록하기도 했고요. 호주 기상청에 따르면 2019년은 호주 역사상 가장 온도가 높고 건조했던 해라고 합니다. 이러한 기후의 변화는 하나의 거대한 대륙을 집어삼켜 버린 것입니다.
※ 다이폴(Dipole, 쌍극) 현상 :
보통 인도양에서는 동부 수온이 서부보다 높지만 서부 수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동부 수온은 지나치게 낮아지는 기상현상. 바다의 온도는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이상온도 현상은 엄청난 열이 공급되었거나 빠져나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the world is burning
Canada
찬 바람이 부는 날씨에 접어든 지금.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캐나다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했습니다. 2023년 5월 캐나다 서부에서 시작돼 서쪽인 브리티시티컬럼비아주, 동부 지역인 퀘벡, 온타리오 등 400여 곳에서 발생한 산불 때문입니다. 산불은 우리나라 면적을 넘어선 넓은 지역을 태웠고, 수만 명의 주민들 터전을 잃게 했으며, 피어오른 연기는 캐나다를 지나 미국 하늘을 붉게 물들였죠.
캐나다 산불 위성 미국까지 퍼져나가는 연기
[출처 : 미국해양대기국(NOAA)]캐나다 산불 영향으로 물든 미국 대기
캐나다 산불 진화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소방관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는데요. 그러나 대응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자원, 산악지대의 넓은 면적과 험한 지형 등 문제들이 산재해 진화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한 산불을 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패닉 그 자체였죠. 인근 지역민들은 강 건너 불 보듯 불타는 터전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맥두걸 크릭 산불을 지켜보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주민들
[출처 : 연합뉴스]9월이 되어서야 잠잠해지기 시작한 캐나다 산불. 이렇게까지 캐나다 산불의 몸짓이 커진 이유 역시, 기후변화입니다. 캐나다는 지난 몇 년 동안 상당히 건조한 날씨를 보였습니다. 2022년 가을 이후, 서부지역에는 비나 눈과 같은 강우가 거의 내리지 않았고요. 게다가 산불이 발생하기 전에는 상당한 이상고온이 발생했습니다.
다시 말해 나무 등이 말라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던 와중에 가뭄과 이상고온과 같은 현상이 발생해 산림을 더욱더 건조하게 만들었고, 작은 불씨가 대규모 산불을 만들어냈다는 것이죠. 강하게 분 바람은 타오르는 불꽃을 향해 부채질한 거고요.
지구온난화는 기후가 변화하는 속도를 올립니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건조해진 날씨는 산불을 거대하게, 자주 발생하게 만들죠. 산림이 불에 타면서 발생하는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는 또다시 지구온난화를 일으킵니다. 어쩌면 지구는 악순환으로 돌아가는 뫼비우스의 띠에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여기는 현관, 여기는 제 침실이었어요.
그리고 여기서 반려동물과 누워있었고요.
집이 너무 그리워요.
호주 산불에 타버린 건물과 잔해
오랜 시간 안식처가 되어준 푸른 별 지구.
오늘날 우리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를 해결해가려면
어떤 준비가 더 필요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