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정책돋보기
녹색전환의 쿠션 : CCUS
글 / 한국CCUS 추진단 임지우
최근 기후변화를 일상에서도 체감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폭우와 폭염, 가뭄과 산불은 일상의 위협이 되었고, 그 여파는 곧바로 사회·경제 문제로 번진다. 환경과 경제, 복지의 경계마저 흐려진 시대다. 이제는 특정 소수의 노력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이 절실하다. 각국은 2030년까지 얼마나 탄소배출을 줄일 것인지, 언제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할 것인지 목표를 세우고, 정책의 핵심 색깔로서 ‘녹색’을 채택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나 기존 발전설비의 효율 개선을 통해 탄소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지만, ‘줄이기’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 사회가 사용하는 모든 시스템을 단숨에 저배출 산업으로 바꾸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줄이는 것’과 더불어, 이미 배출된 탄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 스포트라이트가 향한 곳이 바로, 탄소를 잡고(포집하고), 활용하고, 저장하는 기술 — CCUS다.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 Storage) 기술은 배출원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Capture)하여 저장(Storage)하거나 직접사용 또는 전환과정을 거쳐 활용(Utilization)하는 기술을 말한다. CCUS가 특별한 이유는, 단지 탄소를 없애는 데 있지 않다. 공장에서 버려지던 이산화탄소를 새로운 자원으로 바꾸고,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몰렸던 화석연료 산업에 지속가능한 전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데 있다.
세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는 중
CCUS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CCS는 꽤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70년대까지 원유 회수 증진(Enhanced Oil Recovery)을 위해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했던 것 그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후 1990년대에 이르러 환경적인 측면에서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노르웨이는 이미 1996년부터 Sleipner, 2008년부터 Snøhvit 같은 대형 CCS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으며, 현재도 CCS 선도국으로서 정부주도의 전주기 인프라 네트워크 프로젝트인 롱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에서 포집한 탄소를 캐나다에 저장하는 국경 간 사업을 진행했으며, 2017년에는 45Q 세액공제 제도와 2022년 도입한 IRA법을 통해 CCUS 산업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렸다. 정권이 바뀌어도 끄떡없었다. 트럼프 정부는 최근 OBBBA법을 통해 세제 지원 규모를 확대했다.
- 45Q 세액 공제 제도** 2008년 최초 도입, 기업들의 탄소포집 기술 도입을 장려하기 위해 관련 프로젝트에 대해 톤당 일정금액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
-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 IRA)***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 그리고 보건 의료 지원을 위해 향후 10년간 4,850억 달러를 투자, 예산의 80%는 친환경 발전, 에너지 효율 향상, 그리고 전기자동차 구매 시 세액공제에 활용
| 구분 | IRA (인플레이션 감축법, 2022) |
OBBBA (One Big Beautiful Bill Act, 2025) |
|---|---|---|
| 세액공제 금액 (톤 당) |
$85: 배출원 → 지중 저장 |
$85: 배출원 → 지중저장 (유지) |
이웃나라 일본 또한 2019년까지 도마코마이(Tomakomai) 실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기반으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LTDA(Long-Term Decarbonized Capacity Auction) 제도를 통해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장기 보상체계를 마련했다. 이런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여러 국가들이 선택한 녹색전환의 툴이 된 것이다.
기술을 넘어, 산업의 미래
우리나라에도 녹색전환의 흐름은 이미 깊이 스며들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부문이 환경부 기능과 통합되어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새롭게 출범한 것도 무관하지 않다. 기후-에너지-환경의 비슷하지만 다른 분야들의 정책적 일관성을 달성하여 한국형 녹색대전환을 이룬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무탄소에너지가 ‘탄소를 덜 내는 기술’, ‘탄소를 안 내는 기술’이라면, CCUS는 필연적으로 나온 탄소를 다시 거둬들이는 기술이다. 다시 말해,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다리이자 ‘줄이기’와 ‘관리하기’를 연결하는 전환 기술이다. 철강·시멘트·가스 등 우리 산업의 중추를 이루는 분야는 배출을 완전히 없애기 어려운 ‘난감축’ 산업이다. 따라서 CCUS는 이들에게 감축기술이 아닌 생존전략, 그리고 산업정책 그 자체가 된다. 정부의 지원과 혜택, 민간 투자 유도는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다. 무엇보다 CCUS는 연구개발과 실증이 함께 가야 하는 기술이다. 실험실의 성공은 출발점일 뿐, 기술은 현장에서 검증되어야 산업이 된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나 태양광 패널도 모두 실험실에서 출발했다. 연구가 산업으로, 산업이 생활로 이어질 때 기술은 진짜 힘을 얻는다.
한국도 본격적인 정책·제도적 기반을 다지는 중
2024년 2월 제정되어, 2025년 2월부터 본격 시행하기 시작한 「CCUS법(이산화탄소 포집·수송·저장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은 포집에서 활용, 수송, 저장까지 전주기를 포괄하는 법률로, 기술개발과 실증, 인허가, 안전관리의 근거를 마련했다. 또한 지난해 마련한 CCUS 산업 특수분류 체계를 국가승인통계로 편입하기 위한 절차도 진행 중이다. 이는 산업의 실체를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첫걸음이기도 하다. 실증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동해가스전을 활용한 국내 첫 대규모 CCS 실증 사업이 예타과정에 있으며, 이산화탄소 공급부터 제품 활용까지 전주기를 포함하는 CCU 메가프로젝트 역시 예타 과정 중에 있다. 또한, 법에 명시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CCUS 집적화 단지, CCUS 진흥센터 등이 모두 이미 그라운드에 올라 있는 상태다. 무엇보다 CCUS는 연구개발과 실증이 함께 가야 하는 기술이다. 실험실의 성공은 출발점일 뿐, 기술은 현장에서 검증되어야 산업이 된다. 오늘 우리가 사용하는 공기청정기나 태양광 패널도 모두 실험실에서 출발했다. 연구가 산업으로, 산업이 생활로 이어질 때 기술은 진짜 힘을 얻는다.
앞으로의 CCUS, 녹색전환의 필수축
CCUS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기술이다.
탄소중립의 완성을 위해, 우리는 더 이상 ‘감축’만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 탄소를 관리하고, 순환시키고, 새로운 가치로 전환하는 이 기술이야말로 탄소중립을 위한 녹색전환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다.
앞으로 CCUS의 성장은 단일 분야의 발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다.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현장에서 검증되고, 그 결과가 다시 산업정책과 연결되는 순환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역시 뒤처지지 않고 있다. 이미 법과 제도를 갖추었고, 실증과 인력양성에서도 가시적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와 협력이다. 산·학·연·정이 함께 움직일 때, CCUS는 단순한 탄소관리 기술을 넘어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속가능한 탄소 순환 사회로 나아가는 길, 그 중심에 CCUS가 있다.